후기
어제 영화 ‘승부’를 보고 왔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몰입감 넘치는 작품이었고, 단순히 바둑을 그린 영화라기보다는 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승부’는 바둑 천재 조훈현과 이창호, 두 사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연출도 좋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이병헌 배우는 조훈현의 무게감과 열정을 잘 표현했고, 유아인은 내성적이면서도 깊은 수 읽기를 하는 이창호의 이미지를 섬세하게 담아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인물 간의 심리 묘사였어요.
사제 간의 유대감, 갈등, 그리고 각자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승부의 무게감이 촘촘하게 표현돼 있어 바둑을 몰라도 감정선에 쉽게 이입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경기 장면의 연출이 탁월했습니다.
단순한 바둑 장면이 이렇게 긴장감 넘칠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음악과 카메라 워크가 돋보였고, 몰입도를 높여줬어요.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빛났습니다.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조우진 모두 제 몫을 톡톡히 했고, 아역 김강훈 군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실제 조훈현 vs 이창호의 라이벌 관계는 어땠을까?
영화를 보고 나니 실제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관계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은 한국 바둑 역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제지간으로, 수많은 대국을 통해 서로 경쟁하며 한국 바둑의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1. 상대전적
두 사람은 공식 대국에서 총 311번 맞붙었으며, 이창호 9단이 192승 119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2. 주요 대국 및 기록
- 첫 사제 대결 : 1988년 12월 24일 제28기 최고위전 도전5번기 1국에서 처음으로 맞붙었으며, 조훈현 9단이 3:1로 승리하였습니다.
- 이창호 9단의 첫 승리 : 1990년 2월 2일, 이창호 9단이 전국 규모의 공식 기전에서 처음으로 스승인 조훈현 9단을 꺾고 최고위 타이틀을 획득하였습니다.
- 타이틀전 전적 : 두 사람은 타이틀전에서 총 68번 대결하였으며, 이창호 9단이 49승을 거두어 조훈현 9단을 앞섰습니다.
3. 특이사항
- 불계승 기록 : 불계로 끝난 145판의 대국 중 조훈현 9단이 85승, 이창호 9단이 60승을 기록하였습니다.
- 계가 승부 : 계가까지 간 대국에서는 이창호 9단이 119승 33패로 우위를 보였습니다.
특이사항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스타일에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조훈현 9단은 공격적이고 직관적인 전투형 스타일로, 불계승 (상대가 항복) 승리가 많았습니다.
반면 이창호 9단은 계산적이고 정밀한 끝내기형 스타일로, 계가승 (마지막까지 두고 집 계산으로 승리)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기풍을 넘어서 스승과 제자의 철학적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이기도 합니다.
영화 ‘승부’는 바둑을 소재로 했지만,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성장, 승부의 의미를 되묻는 영화였습니다.
실화를 알고 보면 장면 하나하나가 더욱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바둑 팬은 물론이고, 인물 중심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께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