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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영화

픽사 애니메이션 '업(Up)' 후기, 모험은 멀리 있지 않았다

by 쨔우쨔우 2025.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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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본 정보

  • 제목: 업 (Up)
  • 감독: 피트 닥터 (Pete Docter)
  • 제작사: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 월트 디즈니 픽처스
  • 개봉연도: 2009년
  • 장르: 애니메이션, 모험, 드라마
  • 러닝타임: 96분
  •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줄거리 3줄 요약

  1. 엘리와의 추억을 간직한 노인 '칼'은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에 풍선을 달아 하늘로 떠난다.
  2. 우연히 동행하게 된 수다쟁이 소년 '러셀'과 함께 파라다이스 폭포로 향하는 여정이 시작된다.
  3. 그 여정 속에서 칼은 새로운 친구와 인연을 만나며, 상실을 극복하고 삶의 의미를 다시 되찾는다.

엘리와 칼, 4분짜리 러브스토리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는 ‘그 장면’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칼과 엘리의 러브스토리. 말없이 흘러가는 4분 남짓한 장면인데, 이보다 더 완벽한 사랑 이야기가 또 있을까? 두 사람이 함께 꾸는 꿈, 병원 진료서에 적힌 진단, 통장 속 조금씩 줄어드는 여행자금, 그리고 마지막 침대 옆 장면까지.

이 짧은 시퀀스 하나로 관객은 칼을 완벽히 이해하게 된다. 왜 풍선을 단 채로 집을 날려버릴 결심을 하는지, 왜 그렇게 외골수처럼 굴었는지. 픽사는 이 4분으로 관객의 심장을 제대로 잡아당긴다.

내 인생도 아직 여행 중이야

이 영화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아마도 한 장면 속에서 절정을 맞는다. 모험을 마치지 못했다고 믿은 칼은 엘리와 함께 만들었던 ‘모험일기’를 꺼내 든다. 칼은 조심스럽게 페이지를 넘긴다.

모험의 기록은 ‘파라다이스 폭포’에서 멈춰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뒤를 이어 펼쳐진 사진들은 예상 밖이었다. 엘리는 그들의 평범했던 일상을 하나하나 붙여두고 있었다. 결혼식, 피크닉, 함께 웃던 순간들… 그리고 마지막엔 짧은 손글씨.

“새로운 모험을 시작해 줘서 고마워요.”

그 말은 칼의 모든 시간을 뒤흔들어 놓는다. 그는 그제야 깨닫는다. “멀리 떠나는 것만 모험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은 이미, 그녀와 함께 진짜 모험을 살았다는 걸.

이 장면은 단순한 감정의 폭발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위로와 용기다. 꿈꾸던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괜찮다고,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며 사는 것도 충분한 모험이라는 진심 어린 메시지.

진짜 모험은 미래에 있었다

이후 칼은 과거를 상징하는 소중한 물건들을 집 밖으로 하나둘 꺼낸다. 그 장면은 상실의 아픔을 지워내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모든 기억을 가슴에 담고, 이제는 미래로 걸어 나아가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진다.

이때부터 칼의 표정은 분명 달라진다. 집착과 그리움으로 가득 찼던 눈빛은, 러셀과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하늘을 나는 결심 속에서 생기와 의지가 돋보인다. 다시 한번 하늘로 떠나는 이 장면은, 단순한 재도전이 아니라 “삶을 향한 새로운 태도”다.

픽사는 이렇게 말한다.
“진짜 모험은 과거의 환상 속에 있지 않다. 당신이 지금 선택한 삶, 함께하는 사람, 그리고 앞으로의 하루하루가 진짜 모험이다.”

마무리 : 모험은 끝나지 않는다, 계속된다

그래서 영화 *업(Up)*의 마지막은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니다. 그건 ‘새로운 시작’이다. 엘리의 추억 속에서 멈춰있던 칼은 이제 러셀과 함께 새 인연을 쌓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진짜 삶을 살아간다.

업은 어른을 위한 동화다. 떠나는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머무르는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한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인다.

“그대의 하루하루가 모험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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