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에 5시간만 자요, 치매 걸리는 거 아닌가요?’ 이런 고민을 한 번쯤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현대인 대부분이 겪는 수면 부족, 그저 피곤함 정도로 넘길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수면 시간 부족은 우리의 뇌, 심장, 신경계 전체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주은연 교수님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수면과 건강 사이의 놀라운 연결고리, 그리고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수면의 과학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수면 시간 5시간, 정말 괜찮을까?
많은 사람들이 '나는 5시간만 자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명확합니다.
5시간 이하의 수면을 지속하면 치매 발병률이 최대 4배까지 높아집니다.
게다가 단지 치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 심장 질환
- 고혈압
- 당뇨
- 비만
- 우울증
이러한 만성 질환들 또한 수면 부족으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좋은 수면이란? 3가지 조건을 기억하세요
‘숙면’이라는 말은 많이 쓰지만, 의학적으로는 다음 3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건강한 수면’이라 부릅니다.
- 충분한 수면 시간 (성인 기준 평균 7~9시간)
- 수면의 질 (깊고 안정적인 잠)
- 수면의 규칙성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생활)
수면 사이클을 알면, 잠의 질이 보입니다
우리는 밤마다 약 90분 주기의 수면 사이클을 3~5번 반복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바로 ‘깊은 잠’, 즉 3단계 수면입니다.
깊은 잠은 보통 밤 11시~2시 사이에 주로 발생합니다. 이때 성장호르몬 분비, 면역력 회복, 기억력 향상 등 가장 중요한 생리적 회복이 이루어집니다.
아무리 8시간을 자더라도 새벽 3시에 자고 11시에 일어난다면 깊은 잠을 거의 놓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면 부족, 뇌 건강을 파괴한다
잠을 제대로 자지 않으면 뇌는 회복하지 못합니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저하되며, 감정 기복이 심해집니다.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뇌 속에 ‘노폐물’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이 노폐물은 바로 치매의 주요 원인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입니다.
수면은 이 물질을 씻어내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잠을 줄인다는 건 뇌를 점점 더 오염시키는 셈입니다.
미라클 모닝, 누구에게나 효과 있을까?
최근 몇 년 사이 '미라클 모닝'이라는 트렌드가 유행했습니다. 하지만 주은연 교수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아침형 인간이 아닌 사람에게 미라클 모닝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생체 리듬이 정해져 있습니다. 누군가는 새벽에 가장 활기차고, 누군가는 밤 9시 이후에 집중력이 올라갑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수면 리듬을 찾고 유지하는 것입니다. 억지로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년 남성의 수면 문제, 조각잠의 정체는?
50대 이후 남성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수면 문제는 ‘조각잠’입니다.
- 밤에 여러 번 깨고
- 화장실을 가고
- 다시 잠들기 힘든 상태
이는 단순한 노화 문제가 아니라, ‘수면 무호흡증’이나 ‘코골이’ 등의 수면 호흡 장애일 수 있습니다.
“화장실 가려고 깨는 게 아니라, 깨니까 화장실에 가는 겁니다.”
수면 다원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고 필요 시 양압기 치료 등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하지불안증후군, 이상한 다리 감각의 정체
잠들기 전 다리가 간질거리거나 불편해서 잠을 못 자는 경험, 있으신가요?
이 증상은 '하지불안증후군' 또는 '주기적 사지 운동장애'일 수 있습니다.
이 두 질환은 모두 뇌의 신경전달물질 이상으로 생기는 만성 질환입니다.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요?
- 카페인, 술 완전히 중단 (최소 4주)
- 규칙적인 수면 시간 유지
- 증상이 지속되면 전문 수면 클리닉 진료
수면제, 먹어도 될까?
많은 사람들이 수면제 복용에 대해 걱정합니다.
- 수면제 먹으면 치매 걸리나요?
- 수면제는 중독되나요?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관리 아래 복용한다면 수면제는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처방 기준이 불명확한 경우, 무작정 가장 센 수면제를 바로 처방받는 것입니다.
수면제도 체질과 증상에 맞춰 선택해야 합니다.
좋은 수면을 위한 7가지 실천 팁
- 밤 11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기
-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기
- 저녁 8시 이후 조명 줄이기
- 자기 전 스마트폰 사용 금지
- 아침에 햇빛 쬐기 (생체시계 리셋)
- 술, 카페인 줄이기 또는 끊기
- 잠자리에 누운 시간만큼 ‘수면 기회’ 주기
수면은 절대 '낭비되는 시간'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기초 체력이며, 뇌 건강의 핵심 열쇠입니다.
하루 5시간 수면, 그 짧은 시간만으로 오늘도 괜찮고 내일도 괜찮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수면 습관을 돌아보고, 자신만의 건강한 수면 루틴을 만들기 위한 실천을 시작해보세요.